1993. 9. 2. 경향신문 15면


문화산업 자문단 30명 위촉 



◎전통상품 개발·법규 정비 등 5개 핵심 과제 집중 연구


문화체육부는 최근 21세기 정보화사회에 대비, 문화산업의 정책자문과 시범상품개발 및 연구용역을 담당할 문화산업자문단을 각계 인사 30명으로 구성했다. 자문단 구성을 계기로 문화체육부는 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핵심과제 5개를 선정, 앞으로 10년간 중점 육성키로 했다.


문화체육부가 선정한 핵심과제는 ▲문화산업 지표 작성 및 기초 정책과제 연구 ▲문화산업의 제도와 법규의 정비 ▲국어정보사업 추진 및 최첨단 문화상품의 개발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재로한 세계적 상품의 개발 ▲국제적 규모의 프로모션 조직 육성과 문화시설 기획관리자 양성 등이다.


이번에 위촉된 문화산업자문단의 분야별 명단은 다음과 같다.


▲문화산업 기본이념 및 정책과제=주학중(국민경제교육연구소장) 정홍익(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 홍명표(종합유선방송위원회 정책연구실장) ▲문화산업 관련 제도 및 법규 정비=김문환(국민대교수) 양영준(변호사) 전석호(중앙대교수) ▲전통문화 소재 세계적 상품 개발=안휘준(서울대교수) 서한샘(한샘출판사대표) 안상수(홍익대교수) 하건영(금성사상무) 이연숙(연세대교수) 신상호(홍익대교수) 문명대(동국대교수) 강영숙(예지원원장) 안희정(전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장) ▲첨단문화산업 제품 개발=오길록(한국전자통신연구소 컴퓨터연구단장) 최기선(한국과학기술연구원교수) 정철(휴먼컴퓨터대표) 이기성(한국전자출판연구회회장) 김현(서울시스템이사) 윤석금(웅진그룹회장) 김종기(전북대교수) 김무상(금성출판사대표) ▲국제적 프로모션및 문화시설 기획관리자양성=백승길(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연구위원) 김홍남(이화여대교수)김재형 (예술의전당 공연본부장) 정명근(세화예술협회회장) 권윤방(서울대교수) 심용규(대한스포츠용구공업협동조합이사장) 한양순(연세대교수)




  그때의 일화 한 가지

 

  ‘문화산업자문단’의 조직은 문화를 생활이나 예술 차원에만 두지 않고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국부를 증대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에서 비롯된 일이다. 문화와 산업의 결합은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 그 방향을 찾는 것이 이 기구에 부여된 임무였다. 미술사학계를 대표하는 A교수를 비롯해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불려나왔다. 나는 이른바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로 그 자리에 함께 했다.

  회의석상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문화의 저력과 가능성에 대한 고담준론이 오고 갔다. 세 번째 회의였나? 그 때까지 침묵하고 있던 또 한 사람의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 J박사가 입을 열었다.

  "왜 여러분들은 문화라고 하면서 조선왕조실록이나 전통문양만을 이야기하시나요. 저에게 의미있는 문화는 토요일 저녁 역삼동 디스코장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는 젊은이들입니다.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에 담기는 문화상품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샘플을 몇 개 가지고 왔습니다."

  그가 내보인 것인 그 자리의 누구도 그때까지 실물을 본 적이 없었던 포르노 CD였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돌려놓아야 하겠다는 의무감에서 내가 무마성 발언을 했다. J박사가 디지털 기술 분야의 실력자임을 소개하고 이러한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디지털 프레임워크 속에 좌중의 문화계 인사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용물을 담아내는 방법을 찾는 데 관심을 모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이미 심기를 상한 문화계 원로 인사는 역정을 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우리를 찾아와서 배워야지. 자기들끼리 뭘 어쩌겠다는 거야?"